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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누림

국보에 얽힌 이야기

국보 제294호인 청화백자철사진사국화문병은 경매에 나온 것을 간송 전형필 선생이 당시 돈 만 원이 넘는 거액을 지불하고 구입한 물건입니다. 기와집 한 채 값이 천 원이던 시절이니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경매에 나온 경위가 재미있습니다. 서울 거리에 한 시골 여인이 문제의 백자를 들고 기름을 팔러 다녔는데 골동품 상인이 물건을 알아보고 여인을 꼬드겨 싼 값에 구입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기름을 넣어 파는 흔한 백자였지만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은 기와집 열 채 값을 지불할 수 있는 국보급 문화재였던 겁니다. 간송 전형필선생은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문화재가 외국에 수탈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문화재를 보호하고 지키는 일에 썼다고 합니다. 

가치는 사람이 만듭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풍물, 사물놀이와 같은 전통음악은 어떤 가치를 받고 있을까요? 기름용기일까요, 아니면 국보일까요? 발부리에 부딪치는 돌멩이도 어떤 사람에게는 박물관에 놓아야 할 귀한 물건입니다. 가치는 이처럼 그것을 제대로 알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부여됩니다.
 

향유하려면 먼저 가치를 알아야 합니다.

가치는 사람이 만듭니다. 가치를 알고 부여하고 그것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즐기면 가치가 생겨납니다. 민족문화, 서민문화는 우리의 얼이 담겨 있어 정체성을 만들어줍니다. 말과 문화가 사라지면 민족이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말과 글, 문화를 지켜내기 위해 부단히 애써 왔습니다. 우리도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소중함에 먼저 눈떠야 합니다. 가치에 눈뜬 자만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것을 지켜내며 향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치가 폄하된 것은 문화사대주의 때문입니다.

1443년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들어졌을 때 집현전 학자 최만리와 더불어 관료 및 양반들은 벌집을 쑤신 듯 했습니다. 중국 사대문화에 젖어 있던 이들에게 한문 이외에 글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게다가 모두 한글을 쓰게 되면 자신들만의 특권을 잃을 수 있었기 때문에 매일 반대 항소를 했습니다. 그때는 산수를 그려도 중국의 산하와 인물을 그리고 시를 써도 중국시를 모방했습니다. 개항기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는 일본식으로 둔갑한 서양문화가 거대하게 유입되었고 해방 후에는 미국 문화에 쉽게 빠져버렸습니다. 문화의 가치를 힘 있는 물질문명을 가진 나라를 기준으로 삼아버렸으니 우리 민족문화는 설자리가 없어졌습니다.
 

향유 없는 지금의 문화 - 욕망의 수단으로 전락한 문화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우리네 모습에서 아픈 역사의 흔적을 봅니다. 이제 우리네 삶은 사회적 평판을 고려하여 필요이상 욕망하고 그로인해 바쁘고 지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문화를 향유하여 휴식하려해도 사회적 품위를 위해 오페라나 뮤지컬을 찾습니다. 서글픈 우리 문화의 현실을 개탄하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문화를 누려야 할 때입니다. 우리문화를 지키려고만 해서는 곤란합니다. 그것을 삶에서 즐기고 누리지 않는다면 쉽게 사라지고 마는 것이 문화의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문화 향유의 중요성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아직도 우리는 한문만을 사용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문화는 자본에 의해 나타나고 사라지는 물건이 아닙니다. 밀고 나아가야만 하는 민족정체성입니다. 주시경 선생의 노력으로 1900년대에야 조금씩 한글이 유포되었습니다. 450년의 긴 세월동안 비난과 무관심, 소외에도 한글의 소중함을 알고 향유한 많은 사람들에 의해 한글은 지켜졌습니다. 한글은 과학적이면서도 독창적인 글이며 우리의 자부심입니다.

풍물 향유의 중요성

말과 글, 민족문화는 민족정신이 깃들어 있는 참 소중한 것입니다. 특히 그 근간을 이루는 민중문화야 말로 면면히 이어온 우리네 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부터 왕과 권력자들만 다루고 있습니다. 왕과 권력자들의 역사는 민중들의 차별과 수탈, 전쟁, 자신들의 무능과 권력다툼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민중들의 항쟁을 탄압하기 바빴고 자신의 권력 민중들의 항쟁을 탄압하기 바빴고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국에 군사적 요청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민중들은 차별과 불평등을 온몸으로 감내하며 역사의 중심부에 존재했습니다. 가난과 헐벗음 속에서도 자신들의 문화를 갈고 다듬고 향유하였습니다. 이들 민중 문화의 핵심인 풍물을 하고 즐기는 것은 우리 겨레의 오롯한 정신을 계승하는 참으로 소중한 일입니다.

우리 것을 사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좋아하고 즐기면 됩니다. 문화는 누리는 자의 몫입니다. 산에 핀 한 송이 꽃은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그 꽃이 여기저기서 피어나 산을 온통 물들인다면 머지않아 산은 꽃으로 뒤덮일 것입니다. 나 한 사람이 풍물을 사랑하고 배우는 것이 비록 보잘 것 없는 취미생활 같아도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풍물을 사랑하게 된다면 우리 국악과 민족문화는 머지않아 크게 꽃피울 겁니다.

풍물의 누림은 파동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겁니다.

풍물을 누린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풍물의 울림을 몸으로 느끼는 겁니다. 그것의 세세한 결을 찾는 겁니다. 가락이 빚어내는 이야기를 듣는 겁니다. 그 가락에 춤을 추고 내맡기는 겁니다. 환하게 자신을 보듬는 겁니다. 자신을 이해하는 겁니다.

풍물의 적극적인 누림

휘모리장단은 좋지 않은 기운을 맑게 가시는 기운갈음의 가락입니다. 몸이 약해졌거나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장구를 들고 찾아가 그 앞에서 5분 동안 정성껏 휘모리를 연주해 줘 보십시오. 배웠으면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생각해 보십시오. 인생 살면서 나를 위해 누가 휘모리 비슷한 것이라도 연주해 준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없다면 그 한 사람이 되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연주를 잘해야만 남들에게 보여주겠다는 것은 풍물(風物)의 정신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풍물은 말 그대로 신바람을 불어넣어주는 물건입니다. 정성이 재주를 대신하는 것이 풍물입니다. 정성껏 연주해주면 됩니다. 효과가 있을 겁니다. 이러한 것이 적극적인 누림입니다. 적극적 누림은 내 안과 밖을 밝혀줍니다.